일리야 수츠케버의 OpenAI
일리야 수츠케버의 OpenAI가 된 걸까요? 앞 편에서 샘 알트만 해임과 복직 쿠데타에서 일리야 슈츠케버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가능성 중에 하나는 돈과 관련된 것이 있겠습니다. 슈츠케버가 돈 때문에 쿠데타에 앞장을 섰을까요. 기록을 보면 3년전쯤 그의 연봉은 20억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지금쯤 연봉 30억원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이 돈은 큰 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OpenAI 주식지분이 더 큰 돈이 될 것 같습니다. 비영리회사가 무슨 주식이냐 하시겠지만, 주식은 팔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 OpenAI의 거의 모든 직원들이 스카웃 과정에서 자사주를 받고 옵니다.
슈츠케버는 기술적으로는 미라 무라티같은 천재가 있으니까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샘 알트만이 없는 OpenAI의 주가가 더 올라가기 어려운걸 잘 알겁니다. 그러니까 이번 쿠데타에서 돈이 직접적인 동기가 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슈츠케버의 백그라운드
그 대신 슈츠케버의 뒤에 있는 세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일리야 슈츠케버의 스승은 제프리 힌턴입니다. 그는 2023년 여름에 구글을 떠났습니만, 지금의 AI를 만든 장본인이고, 딥러닝 인맥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교수이기도 합니다.
잠깐 제프리 힌턴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을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970년대 말에 기존에 각광받던 퍼셉트론이 XOR 관련 문제는 학습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아 AI 겨울이 온 적이 있습니다. 민스키교수가 낸 논문 때문에 다 문닫게 생긴거죠. 이때 젊은 과학자 제프리 힌턴은 이 문제 해결하고 다시 AI의 봄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인공지능 학습 도중 다중 퍼셉트론의 가중치값을 업데이트하는데, 가중치값이 배니싱되는 현상 때문에 또 AI 겨울이 왔죠. 이 문제 역시 역전파법(back propagation)이라는 알고리즘을 제시하며 해결했습니다. 이로써 딥러닝의 기본 뼈대는 완성되었습니다. 사실 딥러닝이라는 말 자체도 제프리 힌턴이 붙인 이름입니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GPU와 같은 하드웨어의 중요성도 검증해서 오늘날 엔비디아가 신날 수 있는 환경도 제프리 힌턴이 마련했습니다.
제자들도 화려합니다. 제프리 힌턴 제자인 얀 르쿤은 CNN 알고리즘을 만들고 메타에 수석 인공지능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또 요수아 벤지오는 같이 튜링상도 받았고, 현재는 삼성 이재용부회장의 AI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알렉스 크리제프스키는 GPU가 행렬연산에 최적이라는 걸 증명해서 엔비디아 젠슨 황의 지원을 받다가, OpenAI를 창업했죠. 이안 굿펠로우라는 제자는 GAN 알고리즘을 만들고 구글에 입사했고, OpenAI도 같이 만들고, 지금은 애플의 머신러닝 임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금번 쿠데타의 주역인 일리야 슈츠케버도 제프리 힌턴이 지도교수였습니다. AI 4대 천왕 중 한명인 앤드류 응만 빼고, 3명은 제프리 힌턴 계열의 마피아입니다. 사실 제자들의 얘기만 해도 끝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만들고 영향을 미쳤던 제프리 힌턴은 2023년 5월, AI가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하면서 구글을 사임했습니다. AGI가 인간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는거죠. 이 말은 제프리 힌턴 마피아들의 정서를 대변합니다.
금번 쿠데타를 주도한 일리야 슈츠케버가 가장 큰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슈츠케버는 OpenAI에 근무하면서 샘 알트먼과 함께 AGI 부머로 분류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과 같은 제프리 힌턴 교수가 사임하면서 AGI에 대해 경고를 하니 갈등을 했던 것 같습니다. 쿠데타를 시작하기 전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제프리 힌턴 마피아입니다. 그들이 어떤 말을 했을지는 안봐도 뻔하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제프리 힌턴의 위험한 AI라는 개념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위험한 인공지능에 대해 경계심은 있습니다.
물론 일론 머스크, 에릭 슈미츠 등등 제프리 힌턴 마피아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도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은 OpenAI에서 샘 알트만이 떠나면 유리해지는 비즈니스맨들입니다.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분위기를 알았어도 입다물고 있었거나 부추켰을 것입니다.
샘 알트만의 생각
샘 알트만은 1985년 미국 출신 유대인인데 개발자, 투자자로 성공하고 이제 최고의 경영자 레벨에 올랐습니다. 2014년 y-combinator 대표도 했었고, 에어비앤비, 레딧, 스트라이프, 인스타카트, 핀터레스트 등 여러 스타트업의 초기 펀딩에 참여함으로서 막대한 돈도 벌었고, 2015년에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의 최고 투자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chatGPT를 성공시켜 구글, 애플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죠. 샘 알트만은 GPU도 직접 만들겠다고 해서 엔비디아를 긴장시켰고, 구글의 AI 제품 출시 일정을 엉망으로 만드는 역량을 보였습니다. 더욱 가속화하자는 그의 입장은 제프리 힌턴 계열의 신중론자들에겐 위험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능력도 증명되었으니 업계에서는 그를 짜르는 거 이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명분도 충분했죠. 안전한 AI 환경을 망치는 샘 알트만.
결국 일리야 슈츠케버는 모든 의견과 상황을 종합한 결과 기존의 AGI 부머 입장을 잠시 접고, 샘 알트만을 짤라야겠다는 착각같은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을 너무 간과했죠.
이제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샘 알트만이라는 AI 부머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고 OpenAI로 돌아왔습니다. 이사진 6명중 일부 쿠데타 추종자들도 교체했습니다. 기존 멤버 중 샘 알트만, 그렉 브룩만은 당연히 남고, 일단 일리야 슈츠케버도 남겨두었습니다. 아담 디안젤로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살려두었고, 타샤 멕컬리와 헬렌 토너만 짤랐습니다. 쿠데타 세력을 모두 제거하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브렛테일러라는 쇼피파이 이사회 의장과 래리 서머스라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 출신을 새 이사로 들여서 샘 알트만에게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만 신났겠죠. AI 주식하는 사람들은 당분간은 마이크로소프트만 사야하는 거 같기도 하네요.
다음 편에서는 제프리 힌턴의 제자들이 어떻게 AI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